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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루터기






그루터기 /  김미선

  

그 산에 가니 도피성 하나 있다네


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간다는 굽은 등걸 그루터기 한 그루
벌레 먹고 썩은 겨드랑이 사잇살은 관솔이 되었다지만
그 굽은 등 줄기엔 산을 보듬고 세월을 보듬어 산다네


힘 없고 갈 곳 없어 포식자들로부터 피해 온
생물들에게는 안식을 취할 쉼 터가 되어있고
배고픈 새들의 먹이 공급처가 되어있다네


때로는 가슴이 뚫리고
때로는 등을 짓밟히고
때로는 팔 다리 하나씩 잘라진 채
수석 좌대가 되어있다네


죽어서도 썩지 못 할 아픈 기도는
하늘의 긍휼을 불러오니
바람결에 날아 온 씨 한 톨은
석곡과 풍란 한 송이로 얹혀진 위로가 되고
살점을 파 헤집어가며 다져 온 용서와 인내는
그루터기 옹이에 향 깊은 관솔로 남아
삶의 시간을 태워가며 은은한 향으로 남을 것이라네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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